독일 음대 입시에서 Pflichtfach Klavier, 즉 부전공 피아노는 피아노 전공 수준을 요구하는 시험은 아니지만, 음악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건반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보통 피아노 전공이 아닌 학생들의 경우, 피아노 악보를 보는 것 자체를 굉장히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윗단과 아랫단을 동시에 보는 것과 양손으로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
피아노를 오래 배운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왜 안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게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악기 전공자들은 기본적으로 한 줄 악보에 익숙합니다. 바이올린이든, 첼로든, 플루트든, 클라리넷이든, 성악이든, 대부분은 하나의 선율을 읽고, 하나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악보를 봅니다.
그런데 피아노 악보는 처음부터 다릅니다.
윗단도 봐야 하고, 아랫단도 봐야 합니다. 높은 음자리표와 낮은 음자리표를 동시에 읽어야 하고,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다른 리듬을 연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이걸 양손으로 동시에 연주해야 합니다.
그러니 피아노를 전공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이것이 생각보다 큰 장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연습을 안 해서 못 치는 것”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악보를 읽는 방식 자체가 다르고, 몸을 쓰는 방식도 다르고, 음악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그래서 단시간 안에 피아노 부전공 시험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렇다면 독일 음대에서는 왜 이런 것을 요구할까요?
결국 피아노가 독일 음대 수업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독일 음대에 들어가면 피아노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피아노를 사용할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부전공으로 피아노 수업을 듣는 경우가 있고 성악이나 다른 악기와 함께 간단한 반주를 맞춰보는 수업이 있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건반화성 수업을 듣는 경우엔 피아노 앞에서 즉석에서 통주 저음 기호에 맞는 화성 진행을 연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음악이론이나 분석 수업에서도 악보에 적힌 음들을 실제로 확인해야 할 때가 있을 겁니다.
피아노를 전공자처럼 잘 쳐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악보를 보고, 화성을 확인하고, 기본적인 음악적 흐름을 건반 위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일 음대에서 말하는 Pflichtfach Klavier, 즉 부전공 피아노는 바로 이 지점을 확인하는 시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준비해도 되는 시험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준의 곡을 준비해야 하나?"
예를 들어 하노버 음대에서 제시하는 Pflichtfach Klavier의 곡 수준을 보면, 대체로 쉬운 곡에서 중간 정도 난이도의 곡을 요구합니다. 바흐의 작은 프렐류드나 Anna Magdalena Bach, 슈만의 Jugendalbum, 바르톡 Mikrokosmos II – III 정도의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쉬운 곡이니까 대충 쳐도 된다”가 아닙니다.
리듬과 박자가 안정적인지, 양손이 따로 움직일 수 있는지, 악보를 올바르게 연주할 수 있는지, 곡의 성격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는지가 그대로 보입니다.
독일 음대 입시 규정 안에서 피아노 시험
독일 음대 입시 규정을 보면, 학교에 따라 세부 방식은 다르지만 부전공 피아노가 단순한 참고사항으로만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점수 체계 안에 포함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합격/불합격에 영향을 주는 필수시험으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하노버의 경우에도 입시 규정 안에서 Hauptfach, Nebenfach, 음악이론, 청음 등의 시험 영역이 각각 평가 구조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공 실기입니다. 하지만 부전공 피아노 역시 “전혀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은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부전공 피아노는 피아노 전공 수준을 요구하는 시험은 아닙니다.
하지만 음악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건반 능력을 요구합니다.
양손이 전혀 분리되지 않고, 악보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어렵고, 곡이 중간에 계속 멈춘다면 실제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주 어려운 곡을 치지 않더라도, 쉬운 곡을 안정적으로 끝까지 연주할 수 있다면 시험의 목적에는 훨씬 잘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피아노를 못 친다고 해서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전공이니까 괜찮겠지”라고 가볍게 넘겨서도 안 됩니다.
독일 음대 입시에서는 전공 실기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음악이론, 청음, 부전공 피아노까지 결국은 모두 음악을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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